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역사(완)

소설 제목이 왜 역사예요(ver2)

선생님께서 따로 말씀하시지는 않았지만 수업이 몇 차례 진행되는 동안 나도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. 세상에 어떤 것이 그렇지 않겠느냐마는 특히나 단편소설 같은 경우에는 제목이 제일 중요하다는 거. 그리고 자존심이 센 작가일수록 자신의 작품에 완벽을 추구하려 할 것이고 그 완벽의 끝, 마침표는 제목이라는 거. 근데 왜 이 소설의 제목은 이따윈가. 역사는 소설 속에 서씨를 가리키는 말 아닌가. 서씨가 그리 중요한 인물이었나? 물론 비중이 낮은 것 같지는 않지만 내가 보기에는 할아버지가 더 센 인물 같은데. 그리고 굳이 ‘역사’같은 잘 쓰지도 않는 옛날말 말고 더 세련된 제목들을 많이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은데.

 

  이 궁금증을 이겨내지 못한 나는 다소 늦은 시간임에도 선생님께 카톡을 보냈다.

 

존경하는 쌤~

주말인데 잘 지내고 계시어요?

근데 제가 너무 궁금한 게 있어가지구요~

소설 제목이 왜 역사예요?

역사역사역사 도대체 서씨가 왜 중요한데요?

궁금해 잠도 못자겠어요!!! 알려주세욬ㅋㅋ

 

  몇 분 간격으로 꾸준히 내 액정깨진 폰을 들여다봤건만 대화창에 숫자 1은 사라지지 않았다. 그렇게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갔다. 월요일 아침 7:35분. 내 액정깨진 폰이 카톡거린다. 잽싸게 나꿔채 답을 확인하려는데 패턴이 풀리기도 전에 세 글자가 지나간다.

 

  그러게.

 

  그러게? 그러게? 그러게라니! 호기심 왕성한 제자의 기나긴 카톡에 이틀이나 늦게 답을 주시면서 그러게라니, 아니 이게 말이나 되냐고요라고 따지고 싶지만 무엇보다 호기심이 앞서는 호기심소녀가 이 상황에서 화를 낼 순 없다. 선생님의 츤츤함이야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어서 빨리 답을 듣고 싶을 뿐.

 

아니 선생님

그러지 마시고 불쌍한 소녀를 위하여 답을 좀 주시와요, 네? +.+

 

  라고 쓰고는 ‘샘아 샘아 답을 내놓아라 내놓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’ 하는 주문을 외고 있다. 그런데 이 양반은 아니나 다를까 내가 보낸 메시지를 확인도 하지 않고 있다.

 

  아 진짜 샘이고 뭐고. #$^%&$#@$#@%^564

  결국 나의 호기심은 하루 더 묵혀 화요일 보충수업 시간에, 그것도 맨 앞자리에서,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, 뾰족뾰족하게 선생님을 향할 수밖에 없었다. 아, 이 지독한 사람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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